무대 위, 하늘과 태오는 인형 머리카락이 얼굴에 엉켜버린 채 멈춰 섰다.
“야, 잠깐만. 내 눈에 인형 머리카락 들어갔어!” 하늘이 다급하게 속삭였다.
태오는 인형을 잡고 머뭇거렸다.
“움직이지 마. 내가 뺄게.”
두 사람 사이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태오가 머리카락을 슬쩍 빼 주려다, 갑자기 손이 하늘 볼을 스쳤다.
“어? 아, 미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하늘의 볼이 빨개졌다. 순간, 전생의 기억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그 시절에도 이렇게 어색하게 손이 닿았던 적이 있었다.
“너, 그때도 내 머리 땋아준 거 기억나?”
태오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 지금은 무대야.”
하지만 관객의 환호 속에서 두 사람은 잠깐 현실을 잊었다.
다시 움직이려던 찰나, 인형이 갑자기 쓰러지며 두 사람을 밀쳤다.
태오와 하늘은 중심을 잡느라 서로를 덥석 끌어안았다.
“진짜… 미안. 네가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 것 같아서.”
하늘이 조용히 말했다. 태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그거 고백이야?”
“아니, 그냥… 무대니까.”
무대 뒤에서 우석과 수진의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아직 무대를 끝내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관객의 기대에 가득한 눈빛에 하늘과 태오는 다시 손을 잡았다. 이번엔 둘 다 웃음을 참으며, 마지막 장면을 준비했다.
그 순간, 또다시 인형 인형 머리카락이 하늘 앞을 가렸다.
“태오야… 이번엔 진짜 부탁이야.”
태오가 작게 웃었다.
“내가 이번엔 제대로 해줄게.”
두 사람 사이엔 다시 작은 설렘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