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옥상 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진짜, 오늘은 무슨 얘길 하려는 거지…?” 중얼거리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문을 조심스레 열자, 태오가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태오는 하늘을 보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와, 진짜 왔네? 혹시… 도망칠 줄 알고 잠복해 있었는데.”
하늘은 헛기침하며 다가갔다.
“도망? 내가 왜? 넌 내가 도망갈 거 같은 스타일로 보여?”
태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지난번엔 말 못해서 아쉬웠잖아. 이번엔 꼭 이야기해야지.”
하늘은 태오 옆에 조심스럽게 섰다. 옥상엔 바람만 솔솔 불고, 두 사람 사이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사실, 무대 위에서 너랑 있으면 이상해. 전생 얘긴… 너도 느끼는 거지?”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계속, 네가 전생에 원수였다는 그 느낌. 근데, 가끔은 그게… 그냥 핑계 같기도 해.”
하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핑계?”
태오가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하늘의 이마를 톡 쳤다.
“응. 내가 계속 널 신경 쓰는 것도, 네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냥 내가 너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어서.”
하늘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뭐, 뭐라는 거야! 갑자기 고백 같은 거 하지 마!”
태오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고백이면, 넌 대답해 줄래?”
하늘은 불쑥 난간을 등지고 바람을 맞았다. 두근거림에 손을 꼭 쥐었다.
“나도, 계속 헷갈려. 네가 왜 이렇게 신경 쓰이고, 무대 위에서만 전생 생각나는 것도. 근데…”
태오가 살짝 다가왔다.
“근데 뭐?”
하늘이 말하려는 순간, 옥상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수진과 지민이 등장하며 둘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 역시 여기 있었네! 우리, 다음 스케줄 있다!”
순간 깨진 분위기 속에 하늘과 태오는 서로를 바라봤다.
“다, 다음에… 이어서 얘기하자,” 하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오의 눈에 아쉬운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또 한 번 타이밍을 놓친 채, 아쉬움 속에서 옥상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