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리허설을 끝내고, 복잡한 마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살짝 차가웠다. 태오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여기서 뭐 해?”
하늘은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냥 잠깐, 머리 좀 식히려고.”
태오는 하늘 옆에 조용히 섰다. 둘 사이엔 어색하지만 설레는 침묵이 흘렀다.
“아까, 리허설에서 고마웠어,” 태오가 갑자기 말했다.
하늘은 몸을 돌려 태오를 쳐다봤다.
“뭐가?”
“우석이 자꾸 헛소리해서 신경 쓰였잖아. 네가 내 편 들어줘서.”
하늘이 피식 웃었다.
“난 그냥 분위기 좀 풀려고 한 건데.”
태오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네가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
잠시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돌았다.
하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요즘 좀 이상하잖아.”
태오는 순간 움찔하더니, 머뭇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는데, 타이밍이 자꾸 엉켜서… 오늘 밤엔 꼭 얘기할게.”
하늘이 태오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 해.”
태오가 입을 여는 순간, 누군가 멀리서 소리쳤다.
“하늘아! 거기 있지? 이쪽으로 좀 와줄래?”
수진의 목소리였다.
하늘이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태오가 작게 중얼거렸다. “또 타이밍 놓쳤네.”
하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회는 계속 오니까, 다음엔 꼭 들어볼게.”
태오는 못 이긴 척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지는 하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태오는 혼잣말을 했다.
“이번엔 정말 말해야지.”
밤공기 속에 두 사람의 작은 비밀이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