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끝나자 MC가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자, 이하늘 씨! 이제 진짜 대답 들려주셔야죠? 같이 무대하고 싶은 남자 아이돌! 정말 솔직하게요.”
하늘은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숨기려 애썼다. 머릿속엔 태오의 메시지가 계속 맴돌았다.
‘진짜 솔직하게 말해. 나도 들을 거야.’
잠깐 카메라 렌즈와 눈을 마주치자, 갑자기 전생의 기억 한 조각이 스쳤다. 예전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던 느낌이었다.
하늘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저는… 강태오 선배님과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스튜디오가 순간 조용해졌다가, 곧 환호와 놀람 섞인 소리가 터졌다. MC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요? 이유도 말해주셔야죠!”
하늘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하면서 점점 기대가 커졌어요. 뭔가 잘 맞는 느낌이랄까…”
태오도 이 방송을 보고 있을까,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순간, 스튜디오 밖 대기실에 있던 태오도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하늘의 대답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지민이 옆에서 놀리듯 태오를 쿡 찔렀다.
“기분 좋아? 광대 올라간 거 다 보여.”
태오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쿨한 척했다.
“뭐, 그냥… 후배가 나 많이 따르나 보지.”
지민은 킥킥 웃으며 수진을 불렀다.
“야야, 태오 질투 폭발!”
대기실에 웃음이 가득 찼다.
한편 하늘은 방송 끝나고 매니저에게로 달려갔다. 매니저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태오 씨가 마중 나왔네. 밖에 기다린다더라.”
하늘은 심장이 두 배로 빨리 뛰는 걸 느꼈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갑자기 수진이 뒤에서 소리쳤다.
“야, 아까 그 말 진심이야?”
하늘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수진은 씩 미소를 지으며 따라 나왔다. 그 순간 복도 너머에서 태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아,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하늘과 수진이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하늘은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런데 수진이 장난스럽게 하늘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질투해도 되는 상황이야?”
하늘은 수진을 한 번, 태오를 한 번 번갈아 보며 당황했다.
태오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까 방송… 그거 진심 맞아?”
하늘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이 분위기를 깨며 피식 웃었다.
“둘이서 대답 잘 맞추네. 나 뭐 좀 사러 갔다 올게. 신경 쓰지 마~!”
수진이 복도를 가로질러 사라지자, 하늘과 태오만 남았다. 둘 사이엔 묘한 침묵이 흘렀다.
태오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저녁,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 네 얘기, 더 듣고 싶어서.”
하늘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에 귀가 멍한 것 같았다. 대답을 하려는 순간, 매니저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이하늘! 바로 리허설장으로 이동이야! 지금!”
하늘과 태오는 순간 시선을 맞췄다. 서로 아쉬움을 감춘 채 빠르게 움직였다.
이상하게 오늘 따라, 그 몇 초의 시선이 더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