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 무대 위, 하늘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 또 태오랑 무대라니.’ 옆에 선 태오는 시끄럽게 음음거렸다. “이번엔 박자 맞추기만 해. 지난번처럼 내 발 또 밟으면 가만 안 둔다?” 하늘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럼 오빠도 미간 찡그리지 마요. 팬들 다 도망가요.”
그 순간,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둘이 마주 보는 찰나, 왠지 모르게 낯익은 풍경이 스쳤다. 갑자기 태오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적이어서 미안하다.” 하늘은 순간 움찔했다. ‘방금 뭐야? 내 대본에 저런 대사 없었는데?’ 하지만 리허설은 이미 시작됐다.
음악이 흐르자 둘 다 이상하게 집중이 안 됐다. 하늘 머릿속엔 옛날, 아주 오래전 누군가와 등을 돌렸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태오의 얼굴이 묘하게 슬퍼 보여서 하늘은 당황했다.
곡이 끝나기도 전에, 태오는 갑자기 무대를 내려가 버렸다. 스태프들이 웅성거렸다. 하늘도 뒤따라 무대 뒤로 갔다. 태오는 대기실 구석에서 벽을 보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늘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아까 그 말… 무슨 뜻이야? 우리 전생에 뭐였던 거야?”
태오는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냥, 대본 있잖아. 착각하지 마.”
하늘은 믿지 않았다. “진짜로… 무대 위에서 뭔가 이상해지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바로 그때, 옆 연습실 문이 쾅 열리며 동료 연습생 수진이 나타났다. “둘이 뭘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해? 혹시 또 싸우는 거야? 아니면, 설마—둘이 사귀어?!”
태오와 하늘은 동시에 벌게진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야!”, “무슨 소리야!”
수진은 씩 웃으며 돌아섰다. 그때 하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음 주 서프라이즈 합동 무대, 비밀 유지!’ 하늘과 태오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다음 주, 또 다시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하늘과 태오는 그때 그 이상한 기억의 의미를 점점 더 궁금해하기 시작했다.